Gyedo at TiStory

이번 일본 지진과 쓰나미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특별히 일본이 우상이 많아서 그랬다는 식의 종교 지도자들의 망언을 접하면서 신앙인으로서 마음이 착잡하다.

전능한 인격신을 믿는 신앙인으로서 이러한 무자비한 자연재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앞에서 이야기한 종교 지도자들과 같이 '죄가 많아 심판당한 그들 일본인들'과 '그들에 비해 죄가 적어 심판을 면한 우리들'로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절대타자'이신 신 앞에 모든 인간은 같은 입장을 가진 '우리'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죄 때문에 '그들'이 심판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죄 때문에 '우리' 중 일부, 특별히 '우리'를 대표해서 '일본에 사는 사람들'이 고난을 당한 것이다. 적어도 신을 믿는 신앙인이라면 신 앞에 우리는 모두 죄인이며 연약하고 부족한 존재라는 자각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나보다 못한 그들을 상정하여 정죄할 사치는 없다.

두번째로, 내가 믿는 신은 이러한 무자비한 심판을 아무 거리낌없이 저지를 수 있는 잔인한 존재인가하는 의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생각을 가진 종교인들이 많이 있고 앞의 종교 지도자들도 그러한 생각을 가르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그러한 신을 신앙할 필요를 못느끼겠다. 무자비하고 비인격적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 어떤 심판을 내릴 지 모르는 존재... 나는 그러한 신이라면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투쟁의 대상이라 여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신앙하는 신은 이런 신이 아니다. 그러면 그 신은 전능한 것이 아니라 무능하기에 이러한 자연재해를 막을 능력이 없었던 것인가? 이런 신이라면 동료 인간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나는 이러한 신 역시 거부한다. 굳이 신앙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능하지만 잔인하지 않은 신이 이러한 자연재해를 용납한 이유는? 나는 이 질문에 대해 '모른다'라고 고백하는 것이 진정한 신앙인의 자세라고 믿는다.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신에 대해 완벽한 설명을 할 수 있다는 생각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실제로 신의 이름, 신의 뜻을 빙자한 이들의 만행을 우리는 이미 역사 속에서 많이 보이왔다. 결국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전능하고 자비로운 신을 신앙하는 신앙인은, 괜히 어설픈 논리로 신비를 설명하려들거나 고통받는 이웃을 정죄하는 대신, 내게 있는 것을 가지고 이웃의 고통을 덜기 위해 기꺼이 내어주며 마음으로 같이 아파하고 전능하고 자비로운 신께서 상한 마음들을 위로하시고 무너진 삶들을 다시 세워달라고 기도할 일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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